난청

[난청] 외상 후 청력 손실·어지럼·이명·후각 장애까지

손현기 원장 /


두부 외상 후 청력 저하나 이명, 어지럼증을 호소하는 환자는 임상에서 흔히 만나게 됩니다. 가벼운 교통사고나 낙상 이후 “귀가 먹먹하다”, “삐- 하는 소리가 커졌다”, “머리를 돌리면 빙빙 돈다”, “냄새를 잘 못 맡는다”와 같은 증상이 나타나면 환자도 불안해지고, 의료진 입장에서도 원인 감별이 필요합니다.


두부 외상의 규모와 청각 증상의 빈도

① 두부 외상의 발생 빈도

역학 자료에 따르면, 매년 전체 인구의 약 5%가 크든 작든 두부 외상(head injury) 를 경험합니다. 여기에는 단순 타박부터 교통사고, 낙상, 폭발 사고까지 다양한 스펙트럼이

② 두부 외상 후 청력 손실의 빈도

문헌에 따라 차이가 크지만, 경미한 두부 외상 직후 관찰되는 청력 손실의 발생률은 약 7~50%까지 보고되어 있습니다(Fitzgerald, 1996). “구체적인 숫자”보다는 “머리를 다친 뒤 청력 문제가 나타나는 경우가 결코 적지 않다”는 정도로 받아들이는 것이 현실적입니다.​

③ 회복 경과와 만성화 비율

대부분의 환자는 3~9개월 사이에 증상이 호전되지만, 여러 연구를 종합하면 약 10~15% 정도는 1년 이상 증상이 지속되는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이들 환자에서는 청력 저하, 이명, 만성 어지럼, 인지·정신과적 문제 등이 함께 복합적으로 영향을 미치면서 삶의 질에 상당한 부담을 줄 수 있습니다.

④ 이명과 후각 장애

머리나 목 부상 이후 크고 불쾌한 이명을 호소하는 사례도 흔히 보고됩니다(Folmer & Griest, 2003; Segal et al., 2003). 후각(냄새) 기능 역시 두부 외상의 영향을 받을 수 있습니다. 작업 관련 두부 손상을 입은 3,438명 중 약 12%에서 후각 기능 장애가 관찰되었습니다. 가장 흔한 원인은 낙상이었으며, 후각 장애가 있는 환자의 37.1%에서 두개골 골절이 동반되어 있었습니다.

→ 즉, 후각 장애는 비교적 심한 두부 손상을 시사하는 경고 신호로 볼 수 있습니다.


두부 외상 후 나타날 수 있는 주요 증상

① 귀(청각·전정) 관련 증상

귀는 청각 기관(달팽이관)과 전정 기관(반고리관·전정) 이 함께 들어 있는 구조입니다. 따라서 두부 외상 후에는 다음 증상들이 동시에 또는 순차적으로 나타날 수 있습니다.

비교적 경미한 두부 외상이나 편타성 손상(whiplash) 이후에는 양성돌발성체위현훈(BPPV, 이석증) 이 특히 자주 관찰됩니다. 누웠다 일어나거나, 고개를 한쪽으로 돌릴 때, 특정 자세에서 수 초간 빙빙 도는 어지럼이 나타나고 비디오 프렌젤 등으로 특징적인 체위성 안진이 관찰됩니다.

BPPV는 이처럼 객관적 징후(안진) 로 진단이 가능하다는 점이 큰 장점입니다.

​반면, 청력 저하. 이명. 후각 장애 등은 대부분 환자의 주관적 호소에 의존하기 때문에, 가능한 한 객관적 검사(순음청력검사, OAE, 유발전위, 음향반사 등) 를 병행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② 후각 장애

앞서 언급했듯이, 후각 장애는 두부 외상 후 약 10% 안팎의 환자에서 발생할 수 있으며, 특히 두개골 골절이 동반된 경우 그 비율이 증가합니다.임상에서는 다음이 문제입니다. 실제 후각 기능 장애인지, 소송·이차적 이득과 연관된 과장 또는 가짜 호소(malingering) 인지 후각 검사는 대부분 환자의 반응에 의존하기 때문에, 객관적 평가가 어려울 수 있습니다. 따라서 청력·전정·영상 소견과 함께 종합적으로 판단해야 합니다.

③ 시각(망막·유리체) 장애

두부 외상 후에는 망막 박리, 유리체 박리 등 안과적 문제가 동반될 수 있습니다. 다음과 같은 증상이 있다면 안과 평가가 필요합니다.

​귀 증상과 시각 증상이 함께 있다면 이비인후과와 안과의 협진이 권장됩니다.


외상의 위치와 심각도

① 외상의 부위

두부 외상은 다양한 형태로 발생할 수 있습니다.

직접적인 귀 주변 타박
귀를 맞거나, 둔탁한 물체가 측두골에 부딪히는 경우

낙상
사다리, 계단에서 떨어져 바닥에 머리를 세게 부딪히는 경우

물체 낙하
상자·공구 등이 머리 위로 떨어져 부딪히는 경우

단단한 바닥에 머리를 세게 부딪히는 낙상” 이 단순 물체 낙하보다 내이·측두골 손상을 유발할 가능성이 더 높습니다.

② 외상이 있을 때 흔히 동반되는 징후

두부 외상 후 청력 저하나 어지럼이 있는 경우, 다음 소견이 동반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두피의 멍, 부기, 찰과상, 두개골·측두골 골절, 고막 천공, 외이도·중이의 출혈 두부 외상과 관련된 전도성 난청에서 고막 천공이 없는 “폐쇄성” 형태가 가장 많다는 점도 기억할 필요가 있습니다.


증상의 발현 시기와 약물·정신과적 요인

① 증상 발현 시기

일반적으로 청력·이명·어지럼 증상은 외상 직후 또는 그리 멀지 않은 시점에 시작됩니다. 하지만 예외적으로: 지연성 내림프수종(delayed endolymphatic hydrops) 처럼 내이 손상 후 상당한 시간이 지난 뒤 메니에르병 유사 증상(어지럼 발작, 이명, 청력 변동) 이 나타나는 경우도 있습니다. 대부분의 외상성 청각·전정 증상은 시간이 지나면서 완만히 호전되며, 다른 손상(약물 독성 등)이 없는데 점점 악화되는 경우는 상대적으로 드문 편입니다.

② 외상 후 편두통

외상 후 몇 일 내지 몇 주가 지나 두통, 빛·소리 과민, 어지럼, 피로감 등을 보이는 외상 후 편두통이 나타날 수 있습니다. 이는 청력 손실 자체의 원인이라기보다는 동반 증상·증폭 요인으로 이해하는 것이 적절합니다.

③ 약물에 의한 이차 손상

외상 후에 흔히 사용하는 약물들 역시 귀에 영향을 줄 수 있습니다.

-NSAID 계열 진통제
일시적인 이명이나 드문 경우 청력 저하를 유발할 수 있습니다.

-아미노글리코사이드계 항생제(Gentamicin 등) 및 Vancomycin
감염 치료에 사용되지만, 이독성(ototoxicity) 을 가지고 있어 이미 손상된 내이에 추가적인 손상을 줄 수 있습니다.

따라서 외상 후 청력 저하가 있는 환자에서는 약물 처방 내역을 반드시 확인해야 합니다.

④ 정신건강, 소송, 이차적 이득

두부·경부 외상은 자주 교통사고, 산재, 직장내 사고 등과 연결되어 있고, 이후 보험·법적 문제가 얽히는 경우가 많습니다. 이 과정에서 우울, 불안,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PTSD) 가 흔히 동반되고, 일부에서는 증상 과장 또는 꾀병(malingering) 문제가 개입되기도 합니다.

의료진은 객관적으로 입증 가능한 장애(청력검사, 영상, 안진 등) 와 주관적 호소의 신뢰성을 구분해야 합니다. 협조가 필요한 검사(순음·어음청력검사)협조가 거의 필요 없는 검사(OAE, ABR, 음향반사 등) 를 비교함으로써 대부분 구별이 가능합니다. 숙련된 청능사를 끝까지 속이는 것은 거의 불가능에 가깝습니다.


두부 외상 후 청력 손실의 기전별 분류

① 전도성 난청

전도성 난청은 소리가 내이까지 전달되는 과정에 문제가 생긴 상태입니다.

고막 천공(tympanic membrane perforation)
외상으로 고막에 구멍이 생기면, 소리가 중이로 전달되는 효율이 떨어져 전도성 난청이 발생합니다. 이소골이 온전하더라도 기도청력 저하가 뚜렷하게 나타납니다.

이소골 사슬 손상(ossicular chain disruption)
망치뼈, 모루뼈, 등자뼈가 탈구·단절되면 경우에 따라 중등도~고도 전도성 난청 또는 거의 완전한 전도성 청력 손실까지 일어날 수 있습니다.

중이강 내 혈액·체액(혈고실, hemotympanum)
중이에 피나 액체가 차면 소리 전달이 방해되어 전도성 난청이 발생합니다. 외상성 전도성 난청의 대부분은 고막 천공이 없는 “폐쇄성(occlusive)” 형태였습니다.

나머지는 고막 뒤 혈액이 고인 경우(혈고실)실제 고막 천공이었고, 고막 천공/혈고실이 있는 대부분의 환자는 순수 전도성 난청 패턴을 보였습니다. 반면 폐쇄성 전도성 난청 환자 중 상당수는 혼합성 난청(전도성+감각신경성) 소견도 함께 보였습니다.

② 내이 유체(외림프) 관련 손상

원형창 누공(Perilymphatic fistula, PLF)
내이와 중이를 나누는 막(원형창, oval/round window 주변)이 파열되어 외림프가 누출되어청력 저하와 어지럼증이 동반될 수 있습니다.

​외림프루(perilymph leak)
코를 세게 풀거나, 무거운 것을 들 때, 힘을 줄 때, 또는 큰 소리를 들을 때 어지럼증과 불균형이 악화되는 양상을 보일 수 있습니다. 큰 소리 자극에 의해 어지럼이 유발되는 현상을 툴리오 현상(Tullio phenomenon) 이라고 합니다. 발생 빈도는 논란이 있으나, 전체적으로 드문 질환으로 여겨집니다.

외상 후 메니에르 증후군(외상성 내림프수종)
귀에서 이명, 이충만감, 청력 변동을 동반한 발작성 회전성 어지럼이 반복됩니다. 내이출혈 및 내림프 순환장애가 원인으로 추정됩니다. 증상 발현 시기는 외상 직후부터 최대 1년 후까지 다양할 수 있습니다. 손상 정도, 기존 귀 질환 유무, 손상과 증상 사이의 시간 간격, 소송 여부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하여 법적 문제와 연결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전정수도관증후군(LVAS/LVDS)
선천적으로 전정수도관이 넓은 구조적 이상이 있는 경우, 두부 외상 이후 어지럼과 청력 변동이 더 잘 유발될 수 있다고 알려져 있습니다(Berettini et al., 2000). 다만 질환 자체도 드물고, 외상과의 인과관계에 대해서도 논란이 계속되고 있습니다.

③ 감각신경성(달팽이관) 손상

에어백·폭발 손상
에어백 전개, 폭발 등은 극도의 소음과 압력 변화를 동시에 유발합니다. 이로 인해 현기증과 감각신경성 난청이 상당히 높은 빈도로 보고됩니다(Yaremchuk & Dobie, 2000).

미로성 뇌진탕(labyrinthine concussion)
두부 외상 후, 측두골 골절이나 PLF 같은 명확한 구조적 병변 없이, 청각·전정 기능 이상이 나타나는 경우를 의미합니다.

달팽이관 뇌진탕(cochlear concussion)
미로성 뇌진탕과 유사하지만, 청각만 손상되고 전정 기능은 비교적 보존되는 경우를 지칭합니다.

최근에는 OAE, VEMP, VHIT, 비디오 프렌젤 등의 발달로 미세한 달팽이관·전정 손상까지 더 민감하게 포착할 수 있게 되어, 과거보다 “원인이 모호한 어지럼·청력 저하”의 비율이 줄어드는 추세입니다.

④ 신경성 난청 – 8번 신경 및 측두골 골절

제8뇌신경(청신경)은 단단한 측두골에 둘러싸여 있어 보호를 받지만, 측두골 골절이나 내이도(IAC)와 뇌 사이의 신경 견인·압박 등에 의해 손상될 수 있습니다. 이 경우. 청력 저하와 더불어 심한 회전성 어지럼, 안진, 안면신경 마비가 동반되기도 하며, 영상 검사(측두골 CT, 내이 MRI)를 통해 골절·신경 압박 여부를 확인할 수 있습니다.

⑤ 중추성 청력 손실

이론적으로 뇌 또는 뇌간의 청각 경로 손상으로 청력 손실이 발생할 수 있지만, 청각 경로는 뇌간에서 양측성으로 빠르게 교차·중복되므로, 한쪽 병변만으로 완전한 난청이 생기는 경우는 드물고 두부 외상 후 “순수 중추성 청력 상실만”을 보이는 경우는 아주 희귀합니다. 따라서 두부 외상 후 청력 저하가 있을 때 가장 먼저 의심해야 할 부분은 중추보다는 내이·중이·청신경입니다.

⑥ 경부(목) 외상과 청력 – 논란이 많은 영역

경부는 내이에서 상대적으로 떨어진 구조이기 때문에, “목을 다쳤는데 청력이 나빠졌다”는 인과관계를 증명하기는 쉽지 않습니다. 그럼에도 둔상 경부 외상 환자 117명에서 51.5%라는 높은 청력 손실 유병률을 보고하고 있습니다. 다만, 외상 이전 청력과 비교가 없어 원래 있던 난청이 뒤늦게 발견되었을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습니다.

실제로 일부 환자에서 경부 외상과 연관된 청력 손실이 있다고 가정한다면, 동반된 귀 손상을 놓쳤거나, 근육계·신경혈관계·척추동맥 손상, 경막 뿌리 소매 파열에 따른 뇌척수액 누출 등의 기전을 고려할 수 있습니다.

편타성 손상 후 소송이 흔하다는 점을 생각하면, 꾀병·과장의 개입 가능성도 항상 함께 고려해야 합니다.


진단 접근: 병력에서 심리 검사까지

두부·경부 외상 후 청력·어지럼 증상을 호소하는 환자를 진료할 때의 기본적인 흐름은 다음과 같습니다.

자세한 병력 청취
-언제, 어떤 상황에서 다쳤는지
-의식소실 여부 및 지속 시간
-에어백 전개 여부, 안전벨트 사용 여부
-응급실·타 병원 기록, 영상 검사 결과 확보
-소송·보험 문제 여부

청각 검사
-순음·어음청력검사, 고막운동, 이경 검사
-필요 시 DPOAE, ECochG 등

전정·어지럼 평가
-비디오 프렌젤 고글을 이용해 안진, BPPV 여부 확인
-균형·자세 검사, 이동식 혹은 고정식 자세 측정
-E-NG/VNG, 회전의자, VHIT, VEMP 등으로 전정 기능 정량화

영상 검사
-측두골 CT: 골절, 중이 내 혈액, 이소골 상태
-뇌·내이 MRI: 청신경, 뇌간, 내이 구조 확인
-경추 MRI: 경부 손상 평가

신경생리·기타 검사
-간질이 의심되는 발작성 증상이 있으면 EEG
-이동 플랫폼 자세 검사로 균형능력 정량화

심리·인지 평가
-두부 외상과 시간적 연관이 있고,
-인지 저하·우울·불안·PTSD·소송 등이 얽혀 있는 경우
-저렴하고 반복 가능한, 편향에 비교적 강한 심리검사 도구 활용
-증상과 성격, 인지 기능 저하 정도를 함께 평가


치료와 관리: 개별화 접근

외상 후 청력 손실·어지럼증의 치료는 진단된 기전에 맞춰 개별화해야 합니다.

① 청각 재활

영구적인 청력 손실이 확인된 경우
-보청기, CROS/BiCROS, 보청 시스템
-청능 훈련, 청각 재활 프로그램 등을 고려합니다.

② 약물 치료

-외상성 내림프수종, 메니에르 유사 증상, 염증·부종, 혈류 문제 등이 의심될 때
-스테로이드, 이뇨제, 혈류 개선제, 진정제·항구토제 등
병태생리에 맞추어 사용합니다.

③ 수술적 치료

-이소골 연쇄 단절
-고막 천공
-일부 PLF
-구조적 측두골 골절 등
-수술로 교정 가능한 병변이 확인된 경우,
-수술적 접근(고막 성형, 이소골 성형, 누공 봉합 등) 을 고려합니다.

④ 전정 재활 및 BPPV 치료

-BPPV는 이석 치환술(Epley, Semont 등) 로 비교적 간단히 치료가 가능합니다.
-만성 어지럼·불균형이 남는 경우에는 전정 재활운동(vestibular rehabilitation) 이 일상 기능 회복에 큰 도움이 됩니다.

⑤ 예후 설명과 정신건강 지원

어느 정도까지 회복이 가능한지, 얼마나 시간이 필요할지, 어떤 경우에는 후유증이 남을 수 있는지에 대해 솔직하고 구체적인 예후 상담이 중요합니다. 우울·불안·PTSD가 동반된 경우 정신건강의학과, 심리치료와의 협진을 통해 전반적인 삶의 질을 함께 개선하는 것이 필요합니다.


8. 정리

두부 외상은 매년 인구의 약 5%에서 발생하는 흔한 사건이며, 이 중 상당수가 청력 저하, 이명, 어지럼, 후각 장애를 경험합니다. 대부분은 3~9개월 이내 호전되지만, 10~15%는 1년 이상 증상이 지속될 수 있어 만성화 예방 및 조기 개입이 중요합니다. 단순 BPPV부터, PLF, 외상성 내림프수종, 미로성 뇌진탕, 이소골 단절, 측두골 골절, 심리적·법적 요인까지 원인이 매우 다양하기 때문에, 주관적 증상과 객관적 검사를 균형 있게 활용한 진단기전에 맞춘 개별화된 치료가 필수적입니다.

머리나 목을 다친 이후, 귀가 먹먹해졌거나, 이명이 갑자기 심해졌거나, 특정 자세에서 빙빙 도는 어지럼이 반복되거나, 냄새를 잘 맡지 못하게 되었다면, 단순히 “시간이 지나면 낫겠지” 하고 버티기보다 이비인후과에서 청각·전정·후각까지 포함한 평가를 한 번 체계적으로 받아보는 것이 좋습니다.